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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지혜, 십자가의 지혜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고전 1:10)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전하는 서신을 그들에게 풍성한 언변(utterance)의 은사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에게는 말의 지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의 말씀, 지혜의 말씀, 예언과 방언, 통변 등의 말에 관련된 은사 또한 넘치게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아볼로 같은 사역자도 있었습니다. 


아볼로는 사도행전에서 언급된 바에 의하면 언변이 좋고 성경에 능통한 자였습니다. 그는 유대인들과 변론해서 성경의 말씀만 가지고도 예수가 메시아임을 증거하여 이긴 사람입니다. 그 이름 자체가 웅변가, 침략가, 파괴자라는 뜻이라는 것을 볼 때 한마디로 말싸움에서는 그를 이길 자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헬라문화의 영향 아래 있었던 고린도 교회에게 이런 아볼로는 그야말로 참 사역자 중의 사역자로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를 선망했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볼로파"라고 지칭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도행전 18장에 의하면 아볼로는 일찌기 주의 도를 배워 예수에 관한 것을 자세히 말하며 가르쳤으나 요한의 세례만 알았다고 합니다. 바울의 언급대로 요한의 세례, 즉 물세례는 회개의 세례라고 했습니다. 아볼로의 사역 방식이 그의 뛰어난 언변과 지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찔림을 주어 회개하고 돌이키게 하는 것이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아볼로가 남아서 사역했던 고린도교회에 이런 풍토가 만연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씀에 비추어 말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서로를 정죄하고 찌르는 변론과 끼리끼리 나뉘게 하는 풍토 말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게 그 넘치는 언변을 서로 변론하고 편을 가르는 일에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본문에서 바울은 말을 지혜롭게 하고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쟁이 없고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하나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넘치는 말과 언변의 은사를 가지고 서로 나뉘는 일에 사용한다면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의 뜻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고린도교회는 자신들을 아볼로파, 바울파, 게바파, 그리스도파 등으로 파벌을 지어 말했지만 정작 바울 자신은 아볼로를 서로 은사가 다르지만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 동역자로 인식했습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고전 3:6)


교회 생활을 하다보면 "한마디" 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한마디 중에 틀린 말이 거의 없고 모두가 맞는 말이며 모두가 교회를 돕기위해 하시는 말씀들입니다. 그러나 그 한마디가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하나되게 하는 말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자신의 말이 하나됨을 지키고 같은 이해와 같은 동조의 마음에서 나오기보다 육체의 소리일 때가 더 많고 지혜롭게 들리고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해도 사랑 없이 울리는 꽹과리일 때가 더 많습니다.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이 아니냐...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고전 1:20-24)


반박할 수 없이 맞는 말, 지혜로운 말, 모든 변론의 말을 전하는 자가 아니라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 한마디 없이 십자가를 지심으로 생명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내가 힘이 없고 패배해서 죽는 자리. 어떠한 변명이나 한마디 변론 조차 없이 죽음을 감내하셨던 자리. 그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가장 큰 하나님의 능력,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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